가정출산

가정 출산 (가정 분만), 집에서 아기를 낳는 산모들의 생각.

조산사 2012. 1. 9. 00:42



출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일단은 병원 분만실이겠지요. 복도를 왔다갔다하며 초조해하는 예비 아빠의 모습과 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산모, 그리고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 나란히 누워있는 비슷한 얼굴의 아기들... 

하지만, 최근 출산은 당연히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에 반기를 들고 있는 예비 엄마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얀 시트가 깔린 병원 침대가 아닌 가장 익숙한 장소인 집에서, 가족들과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겠다는 것이지요.

뉴욕타임즈는 11월12일자 기사에서 가정분만을 선택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가장 도시화된 지역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출산법을 따른 이 산모들은 한결같이 병원 출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서적 만족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군요.

 
알리시아 화이트 샤백(만 29세)씨는 이달 초 자신의 아파트 부엌에 설치한 출산용 풀에서  아들 노아를 낳았습니다. 진통이 시작되자 알리시아는 따뜻한 물을 담은 풀에 들어가고, 전문 조산사와 남편이 조슈아, 알리시아의 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들이 모두 모인 모습입니다.



진통이 오래 지속되자 알리시아도, 걱정하며 지켜보는 가족들도 많이 지쳤습니다. 유일하게 냉정을 유지한 표정인 흰 폴라티셔츠의 여자분이 19년 경력(출산 1200회 경험)의 조산사 미리암 슈와르츠차일드씨입니다.



오랜 진통 끝에 드디어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난 순간. 아이가 알리시아의 몸에서 나오자, 조산사는 탯줄을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아기를 엄마의 품에 안겨줬습니다. 아기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죠. 막 태어난 아기를 거꾸로 들고 엉덩이를 때려 울리는 부자연스런 처치는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하다고 하네요.

알리시아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의료적 조치가 행해지는 병원에서의 출산에 거부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또,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낯선 의사들의 얼굴을 보며 아기를 낳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졌답니다.

가정분만을 하는 동안 알리시아는 침대에 누웠다가. 욕조에서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따뜻한 출산용 풀에 들어가 남편에게 머리를 기대며 통증을 이겨냈습니다. 물론 진통제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요.

어머니와 여동생 등 친숙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대화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함께 준비하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출산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것이지요.

알리시아의 남편 조슈아는 "아들의 출산을 옆에서 지켜본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또, 출산 직후부터 신생아가 계속 엄마의 품에 안겨 있을 수 있어 바로 모유를 수유할 수 있으며, 아이와 부모의 첫 스킨쉽이 안정감있게 진행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듭니다.


어린 언니, 형에게도 동생의 탄생을 곁에서 지켜보는 경험은 특별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어린 아이에게는 출산 장면이 충격적일 수 있어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하는데요.

가정분만으로 둘째를 출산한 키어스틴 리커트씨는 만2세된 딸 마야에게 '아기는 황새가 물어다 주는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꾸며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란 생각에 엄마의 뱃속에서 자란 아기가 성기를 통해 나올 것이며, 피도 많이 날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는군요.

마야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출산과정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엄마가 피를 흘리는 모습은 무서웠지만, 미리 설명을 충분히 들어 놀라지는 않았다는군요. 새벽 5시23분, 여동생 엘르가 태어나자 마야는 동생의 뺨에 뽀뽀를 하고 엄마를 포옹한 다음, "이제 tv 만화를 볼게요"라며 웃었다고 합니다.



미첼 자센하우스씨는 무엇보다 이웃들이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윗집에서 걸어다니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뉴욕의 아파트에서 출산을 하겠다고 하면 이웃들이 쇼크를 받지 않을까 싶었다는군요.

하지만, 의외로 이웃들의 반응은 따뜻했습니다. 처음에는 놀라는 모습이었으나 미첼이 가정분만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하자 모두 이해해주고 격려해주었다는군요.

출산일이 다가오자 부부는 이웃들의 문에 "곧 출산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비명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될 수도 있어요. 사과드립니다."는 쪽지를 붙였답니다. 다행히도 미첼은 3시간의 진통 중 마지막 15분간만 비명을 질렀을 뿐 매우 순조로운 분만을 했다고 합니다. 미첼의 이웃들은 아파트 현관에 촛불을 켜고 부부와 새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기도했다는군요.

뉴욕에서는 한해 125,506건의 출산 가운데 1%만이 가정출산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정분만에 관심을 갖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네요.

조산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출산을 돕는 횟수가 과거에는 한달에  2~4건 정도였던데 비해, 최근에는 10회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 Realbirth'라는 5년 된 뉴욕의 출산교육센터에서는 교육을 받고 있는 150커플 가운데 20%가 가정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이는 6개월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분만용 풀과 분만 장비를 판매,대여하는 'YourWaterBirth.com'도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17년 경험의 가정출산 전문 조산사 카라 뮬핸씨는 앞으로 6개월간 예약이 모두 차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 출산용 풀 업체의 광고 사진

미국에서 200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Business of Being Born>은 가정출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증가시킨 계기가 됐습니다. 감독인 애비 엡스타인과 프로듀서 리키 레이크가 모두 가정에서 출산한 어머니들이라는 점부터 인상적입니다. 




프로듀서 리키 레이크는 둘째 아들 오웬을 집에서 출산하고 그 과정에 만족하면서, 더 많은 산모들에게 병원만이 출산을 위한 유일한 장소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다큐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병원에서 산모에게 사용하는 약품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과 분만을 촉진함으로써 오히려 통증을 가중시키는 분만법의 위험성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산모 3명 중 1명이 제왕절개 시술을 받아 출산을 하는데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시도해야 하는 시술임에도 병원에서는 산모에게 쉽게 권고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영화는 지적합니다. 결국 병원에서의 출산은 말그대로 하나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큐 속 실제 분만 장면

영화 예고편 보기   http://www.thebusinessofbeingborn.com/


물론 가정출산이 늘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전문적인 처치를 하지 못하면 산모나 아기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기가 너무 작거나 큰 경우, 임신중독증일 경우, 산모의 건강 상태가 나쁠 경우(고혈압,심장 질환, 급성 간염) 등에는 절대 가정출산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초기 대응이 늦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가정분만을 '낭만적'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가정분만의 장점만큼 단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충고입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1975년부터 엄격하게 가정분만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오히려 가정분만이 합병증 위험 줄인다며 권장하고 있다네요. 2006년 영국 정부는 모든 여성에게 병원 출산과 가정 출산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고, 이에 따르는 지원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출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몇달전에는 KBS2 TV<인간극장>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의 가정출산 과정이 소개되기도 했지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전체 산모의 1% 정도가 가정분만을 하고 있다는데요.

병원보다 조산원에서 분만을 하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보다 자연스런 출산을 선호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2006년 기준 조산원에서 분만한 산모의 수가 2002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온가족이 함께 하는 축제같은 분만이 가능하다면, 분명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출산에 대한 자연스런 교육이 되겠군요

사진 출처 http://www.birthgoddess.com/


세계적으로 가정분만이 가장 일반화된 나라는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가정 자연분만 비율이 전체 산모의 30%에 달한다는군요.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에도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는 10%이하에 불과하답니다. 

네덜란드 산모들은 "출산은 '질병'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출산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오히려 산모와 아기에게 무리를 준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이는 적극적인 국가의 지원정책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가정분만을 한 네덜란드 여성은 제도적으로 출산 직후부터 일정기간 육아에서부터 요리, 청소 등 집안일까지 전문 조산사와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군요. 또, 출산시 응급 상황이 벌어지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가정출산 문의 : 방우리 조산사 010-7170-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