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산사

VBAC

조산사 2003. 11. 20. 19:22

 2003년 11월 20일 (2년차)

이번 night 는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 된 시간이었다.

근무가 시작되었고 산모분 중 한 분.....

첫째아기를 제왕절개를 하고 이번에는 자연분만을 시도하시는 분이었다.(VBAC)


첫아이 제왕절개: 00년 2월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자궁문 3cm정도 열렸을때 제왕절개함

산모의 나의: 37살


산모의 상태는 자궁문이 5~6 cm 정도 열린상태였으며

아기가 위쪽을 보고 있었다.(보통 아래를 보고 있어야 진행이 잘된다.)

통증은 그만큼 열렸을때의 다른산모들의 통증보다는 약하였다.



이 산모의 담당 K 의사선생님 또한 당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아계셨다. K 의사샘은 평소에도 산모들에게 자연분만을 잘 할 수있도록 기다릴 줄 아시는 분이시다.

(대부분 요즘 우리나라 의사들은 기다릴 줄 몰라 제왕절개로 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산모의 10~15% 정도가 제왕절개 케이스에 속한다고 보고 되는데 우리나라는 40%가 넘는다고 보고되기 때문이다.)


10:00 PM

k원장님이 오셔서 진통이 약하니 oxytocin 을 시작하라고 했다.


oxitocin을  오후 5시쯤 시작했었으나 아기 심장 박동수가 떨어져 stop한 상태였다. 진통이 약해  5-6 cm 열린게 1시간 30분간 그대로였다. oxytocin을 달지 않으면 진행이 되기 힘든 경우였기 때문에 다시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10:30 PM

수축제 투여후 30분정도 지나자 산모의 진통은 점차 강해졌다.지면서 적은양이 들어감에도 갑자기 진통이 세졌다.


11:10 PM

자궁수축이 2분간격으로 너무 자주오고 산모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였다. 또, 아기 심장소리가 진통시 떨어지는 현상을 보여 난 우선 oxytocin를 끄고 보았다.


00:00 MN

진통이 조금씩 약해졌다. (이때 분만실이 바빠져 30분동안 산모의 진통이 터무니 없이 약해져 버렸다..-.-;;)


k원장님이 00:40 분쯤 이분 내진을 하였다.

원장님은 내진을 하면서 진통이 없다고 화를 내셨다.

진행이 전혀 없던것이었다.

원장님께 진통이 그런식으로 있었다고 설명드렸지만 현재 상황이....


어쨌든 나의 불찰이다 싶은 생각에 더이상 변명하고 싶지 않고 또한 내가 너무 VBAC이라 함에 소심한 행동인건 사실이었다. 솔직히 4~7cm 때가 가장 아픈시기이기 때문이다.


"5~6cm 가 3시간동안 그대로 이면 정상이야? 비정상이야? 응?"

'비정상이죠...원래 3cm 부터는 1시간에 1cm정도 열리는 것이 정상적이다.'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정도 열린 산모가 어느정도 아파해야 하는지 몰라?"


원장님은 다시 oxytocin을 쓰자 하였다.

다행이었다. 원장님이 기다려 주신다는 말에 너무 감사했다.


다시 oxytocin을 투여하였다.

01:00 AM

산모는 많이 아파하였고 진통이 너무 과하게 오진 않는지 계속 지켜보았다. 배를 어루만지며 얼마나 나는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아가야 조금만 더 내려가자. 할 수 있어'


2:00 am

아기 심장소리가 진통시에 떨어졌다.

원장님에 noti 하였고 나오셔서 내진을 해보시고 아기심장그래프를 보시고 수축제를 계속 투여해도 될거 같다며 한 5분정도를 고심하시고는 "1시간만...1시간만 기다려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산모분 또한 너무나 잘 참아주었다.. 아플때도 호흡또한 너무나 잘 따라해주었다.

그래도 진통이 올때는 너무나 아파하는 모습에 기운을 낼 수 있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 왜 자연분만을 선택하셨어요? 지금 혹시 후회하고 계세요?" 라 하니

" 반..반 이에요..."


내가 왜 자연분만을 해야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통증이 없을때 자연분만을 선택한것에 대한 후회가 없도록 말해주고 싶었다.


3AM :산모는 갑자기 아래에 힘이 들어간다고 하였다.

내진을 해보니 아기도 밑으로 많이 내려와 있어고 자궁문이 다 열려있었다. 이제부터는 힘을 줘도 된다고 설명하였다... 힘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힘을 주라고 하였고


30분이 지나자 아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산모에게 아기머리가 1cm 보임을 설명하였고 산모가 힘을주자 머리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자 산모와 나 둘다 감격의 눈물이 흐를려고 하는 거였다..


"^^ 산모분 너무 수고 하셨어요...이제 분만장 가서 아기만 낳으면 되는거에요....우리 조금만 더 참죠... "


그리고 분만장으로 3시 50분쯤 옮기고

원장님께 보고하였다..

"원장님..~ Delivery 요....." 깜박 잠이 드셨는지.... 3번 부르니까...어..어...다됐어? 하며 나오셨다. 너무나 피곤한 모습... 오전에 근무하시고 밤까지 이렇게 자주하시고 감기까지 걸리셔서...


원장님 " 수고했다" 하며 분만장에서 아기를 받으셨다.

아기는 너무 건강했다.

"산모분! 축하드려요. 아드님이세요...너무 애쓰셨죠..." 마지막 멘트를 날리며...눈시울이 붉어졌다...흑.


원장님은 우리에게 계속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셨다. 몇시간전에 야단친것을 생각하고 그러신건지...^^

4시 06분 AM 분만 (남자아기; 3310gm)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난산일 때 자연분만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1. 아가가 너무 잘 참아줘서.

2 산모가 너무 잘 참아줘서.
 
3 의사가 너무 잘 기다려줘서.


이번 나이트는 너무나 보람된 때였다....몸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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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1  5년전의 글을 읽으며
지금 7년차......... 하.... 2년차때 내가 김원장님을 만났었구나....

그때가 일신 조산사 수료하고 바로 일산에 있는 병원에 올라와서...

아. 감회가 새롭다. 다시 읽어도 난 지금도 같은 기분으로 일하고 있다는게 행복하네.

다시 다른 병원에서 김원장님을 만나서 이제 호칭은 원장님이 아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멋있는 의사로 보이는 분...

이런 사람도 분만이 가능하다는 걸... 아무도 예측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신분... 함께 다시 일을 한다는게 기쁘다.


함께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건 참 즐거운 일이다... 분만실 간호사들 과  우리 병원 의사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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