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스 조산원

중앙 일보 자연주의 출산 (마마스 조산원)

조산사 2013. 11. 4. 20:14

[커버스토리] 오직 엄마의 힘으로만 … 여보, 집에서 아기 낳을래

[중앙일보] 입력 2013.11.04 00:01 / 수정 2013.11.04 09:59

의료 개입이 하나도 없는 자연주의 출산이 늘고 있다

촉진제·무통주사 등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산모가 원하는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하는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수정 기자]

경남 통영시에 사는 주부 최윤정(30)씨는 지난 3월 예쁜 딸을 낳았다. 40주의 기다림 끝에 딸을 처음 만난 곳은 병원이 아닌 집이었다. 아직도 딸을 낳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3일 밤 11시쯤 진통이 시작됐다. 다음날 새벽 6시 출산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조산사에게 전화를 했다. 한 시간 후 조산사가 도착하자 본격적인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 커튼을 치고 약한 빛의 스탠드 하나만 켠 채 안방에 누워 분만을 시작했다. 진통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마지막으로 힘을 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뭔가 빠져 나오는 느낌이 들더니 배 위에 조그만 아기가 올라왔다. 탯줄을 만져보니 맥이 약하게 뛰고 있었다. 조산사는 “탯줄을 바로 잘라버리면 아기의 호흡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잠시 그대로 두자”고 했다. 5분쯤 지나니 맥이 없어졌다. 남편은 옆에서 땀 범벅이 된 채 감격에 차 있었다. 최씨가 진통하는 동안 손을 잡아 주고 힘을 줄 때마다 일으켜서 등을 바쳐주던 남편은 탯줄을 자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낯선 병원이 아닌 편안하고 아늑한, 가족만의 공간에서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가정분만을 결심했던 최씨는 “둘째도 꼭 집에서 낳고 싶다”고 말했다.

분만 촉진제·무통주사 없이 조산사와 분만

얼마 전 가수 선예(원더걸스)가 집에서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홈벌스(Home-Birth), 즉 가정분만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정분만은 말 그대로 집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다. 가정분만은 ‘자연주의 출산’의 한 방법이다. 출산 시 의료 개입이 전혀 없는 분만법이다. 촉진제, 무통주사, 회음부 절개 등 의료 개입 없이 산모 스스로 힘과 의지로만 아기를 낳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주의 출산율은 1% 미만이다. 산모의 99%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 병원에서 산모는 대부분 분만 촉진제를 맞거나 회음부를 절개한다. 제왕절개 수술 비율도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총 46만1426명의 산모 중 16만7773명이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했다. 전체 산모 중 약 30%를 차지한다. 제왕절개 비율이 14%인 뉴질랜드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최근 조산원을 이용해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하는 산모가 늘고 있다. 2009년 848건이었던 조산원 분만 건수가 2012년엔 1477건으로 증가했다. 적은 수치지만 4년 전에 비해 상승세가 뚜렷하다. 가정분만을 한 산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임산부 커뮤니티를 통해 집에서 출산한 과정과 소감을 전하는 산모들이 종종 눈에 띈다.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아기를 낳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임신부들이 자연주의 출산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모·아기에 가장 편안한 환경 만들 수 있어

자연주의 출산은 자연분만과 다른 개념이다. 제왕절개를 하지 않고 자연분만 하더라도 의료 개입이 있으면 자연주의 출산이 아니다. 촉진제·무통주사 등 아기를 낳을 때 이뤄지는 의료 개입은 다양하다. 이 중 임신부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통하는 것이 있다. ‘산모 굴욕 3종 세트’라 불리는 제모·관장·내진이 바로 그것이다. 출산을 위해 입원하면 질 부위 일부를 제모한다. 청결한 분만을 위해서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장도 함께 이뤄진다. 진통이 진행되면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사·간호사가 산모의 질 안으로 손을 넣어 내진을 시행한다. 출산을 경험한 산모들은 제모·관장·내진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가정분만으로 딸을 낳은 주부 박성아(30·인천 송도신도시)씨는 “출산을 앞두고 산모 굴욕 3종 세트를 꼭 경험해야 하는지, 촉진제를 꼭 맞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산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집에서 아기를 낳기로 했다. 의료진 중심이 아닌 산모와 아기 중심의 출산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산모와 아기가 가장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마스 조산원의 방우리 원장은 “분만대에 오르지 않고 임신부가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조용한 집안에서 엄마·아빠의 목소리만 들으며 태어나기 때문에 태아가 받는 시각·청각·촉각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막 태어난 아기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서 울게 하지 않는다. 아기가 폐 호흡을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건데 굳이 필요하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5분간 탯줄로 호흡하며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게 하기 때문에 아기가 편안해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1988년 이후 가정분만이 늘고 있다. 자연분만·가정분만이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산사 수요도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2006년 영국 정부가 가정분만을 하는 산모에게 지원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 조산사가 자연분만을 돕도록 권장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네덜란드는 가정분만 비율이 30%에 달한다. 병원 출산과 가정 출산의 안정성에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자연주의 출산이 모든 산모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아들을 출산한 김소영(가명·32·서울시 성북구)씨는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꼬박 24시간 진통을 참았는데 태아가 태변을 먹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회음부 절개도 싫고, 환한 불빛도 싫어서 조산원에 간 건데 결국 병원에서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며 "출산 전에 병원·조리원에서 자연분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출산 당일 진통을 얼마나 할지, 촉진제 없이 자궁 문이 잘 열릴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김수현 교수는 “모든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진통이 지속돼도 분만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골반에 문제가 있는 경우, 태아가 거꾸로 있는 경우엔 자연주의 출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글=신도희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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