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조산사의 가정 출산기 (마마스 조산원)

조산사 2015. 6. 24. 09:57

힘든 임신기간이 끝나가고 40주가 다가오면서 예정일 전에 낳을거란 기대감과는 달리 40주가 지나갔다.

38주부터 주기적인 배뭉침이 있었지만 아프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39주 5일 부터는 한달전에 출산하신 한의사 남편분이 출산 잘하라고 두고간 불수산을 하루에 2번씩 복용하였다.

이때부터는 수축이 약간의 아픔처럼 느껴졌지만....

그런 수축으로는 절대 출산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의 둘라 진미샘과 조미정 조산사에게 전화를 하고 위안을 삼았다.

 

출산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임신부들은 불안한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시기 인듯 하다.

임신기에서 밝혔듯이 진통이 세지면 둘라와 함께 할 거란 믿음. 그냥 어떻게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진행이 잘되면 집에서 낳고, 좀 느리면 조산원 가고, 더 안되겠으면 병원가자 하는 마음에

이미 병원에 갈 짐으로 다 싸두었다. ㅎㅎ

 

예정일이 지나고 (부모님들과 친구들에겐 정확한 예정일을 알려주지 않아서 전화가 오진 않았다.)

41주는 안지나서 나왔으면 했기에.... 40주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짜 늦어지게 될까 걱정이 살짝 들긴 했다.

이 때도 역시 나의 출산 동반자들(조산사, 둘라) 에게 위안을 받으며 넘겼다.

조미정 조산사도 본인도 가진통 일주일 넘게 했으니... 지금 가진통이 꾸준히 있으니 잘 될거라고 희망을 주고..

진미샘도 가진통 있는 사람들 대부분 잘 낳는다더라는 희망을 주었다.

 

보통 사람들이 조산사가 왜이래? 이럴 수 있겠지만 막상 닥쳐보니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는듯 하다.

 

출산 동반자들의 지지와 응원속에서 40주가 지나 투명한 이슬이 비추고 생리통 같은 가진통이 3일정도 지난 수요일 아침 갈색으로 이슬이 비췄다. 갈색 이슬을 보니 정말 진행이 되고 있구나 하며 오늘 내일 나오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저 다른날과 같은 일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밤 10시쯤인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3시30분에 눈이 딱 떠지고...

배가 아팠다. 아프면서 대변이 나올거 같은 느낌이 함께 와서 변기에 앉았는데...

진통이 올때마다 변의감이 들어 자꾸 변기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짐볼에 앉아 움직이고 짐볼에 기대는 진통을 하다가도 갑자기 화장실로 고고!

변기에 앉아서 오는 진통을 보면서 무통을 해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거 같다.

 

약 1시간 정도 지나고...둘라 이진미샘을 꼭 늦게 부르리라 다짐했건만.

1시간이 지나니 남편을 깨우는 것보다 진미샘 콜을 먼저했다.

역시나 베테랑 둘라인 진미샘은 내 전화가 가자마자.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많이 아프구나.. 금방갈께." 내 목소리가 많이 아프게 들리긴 했다보다..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불러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약 한두번 진통동안 생각을 했던듯 하다.

 

그리고 남편을 깨웠다. " 진미샘 올거야, 일어나있어"

남편한테 허리를 만져달라고 했던거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

좋다가도 어느순간은 너무 힘들어서 만지지 말라고 하고 그랬던거 같다.

 

그리고 진미샘이 5시쯤 왔고

남편에게 내가 아파하고 해도 동영상을 촬영해달라고 했다.

이 때 남편이 나에게 "동영상 촬영할까?" 물어봤던거 같다. ㅎ 나는 "몰라몰라." 그랬던듯.

 

어쨌든 진미샘이 와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진미샘한테 "아무래도 미정샘 불러야 할거 같아"라고 말하자 그래야할거 같다고 하면서 미정샘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계속 나는 누워서 진통을 했고 참기 힘든 밀어낼 수밖에 없는 힘을 느끼고

계속 밀어냈던거 같다.

 

힘이 자꾸 들어가자 양수가 팍 하니 나와서 이불과 배게가 젖었던듯.

출산을 할때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성격을 아는 진미샘은 내가 신경이 안쓰이도록 치워주었다.

 

가정출산 세트는 집에 다 마련되어 있었는데 산소는 준비해 놓지 않았었다.

조산원과 집의 거리는 약 10분거리라 남편한테 가져오라고 하고

이때 미정샘과 은란샘이 집에 도착했다. 이때가 6시 20분정도 되었던거 같다.

 

남편은 이때만 해도 첫임신은 적어도 10시간은 걸리니까 점심때쯤이나 낳을거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나는 계속 힘이 들어가고 아기 머리가 조금씩 보이는 상황이었다.

친정 엄마도 엄청 빨리 낳았고 별로 아픈 기억이 없다고 해서

설마 나도 그렇게 낳을까 싶었는데..

 

남편이 오기 전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회음부가 뜨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오기전에 낳아도 되니까 빨리 낳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없을 때 나왔다면 참 아쉬웠을거 같다.

 

미정샘은 남편이 올때까지 천천히 자연스럽게 진행되게 도움을 주었고

남편이 도착하고 한두번 힘을 주고 왓슨이가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출산 후 소감>

1. 가정출산이 참 좋았다. 나는 진행이 급격히 되서 차에 타러 갈 수도 없었을거 같다.

2. 둘라는 나에게 필수였다. ㅎㅎ 임신전에는 부부들에게 남편이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했었는데 출산 후에는 가능하면 둘라를 선택하라고 말해준다. 둘라와 함께해서 후회한 산모는 한명도 없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몸에 손대는 것이 싫어서 터치는 안했지만 심적으로 굉장히 안정감을 받고 둘라가 오면서 진행이 급격히 더 빨라졌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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