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퍼온글

출산의 고통 (책: 마음 -이영돈지음)

조산사 2008. 5. 19. 09:27

* 출산은 고통스럽다?

우리는 흔히 출산은 고통이라고 한다.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와 지쳐가는 산모, 그 와중에서 아이는 태어난다. 아니면 고통 없는 제왕절개나 무통분만이라고 불리는 에피도랄 등 약물 마취에 의한 출산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산모와 태아에게 약물이 좋을 리 만무하다. 자연출산이야말로 아이와 엄마에게 가장 좋은 출산 방법이지만, 출산은 고통이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최면출산은 이러한 고통스러운 출산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뉴멕시코 주에서 최면출산을 강의하고 도와주는 제니 웨스트는, 현대인들이 '출산은 이겨내야 할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심리적 태도일 뿐 실제로 출산의 메커니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16년간 700여 차례 산파로서 출산에 참여해 온 그녀는 여성은 실제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성의 자궁은 아이를 가지고 키우고 낳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제 기능을 발휘하는 일이 그토록 고통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굽히고 폈다고 해서 팔이 아프지 않고 몇 걸음 걸었다고 해서 다리가 아프지 않은 것과 같이 자궁도 몸 안에 있는 또 하나의 근육이므로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산모들의 진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출산은 고통스럽다'라는 산모들의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 우리 몸은 기본적인 신체 기능상 아드레날린의 체내 유입을 명령하게 된다. 아드레날린은 위기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 호르몬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근육은 수축되고 몸은 움츠러들게 된다. 몸의 입장에서 보면 출산은 매우 큰 스트레스다. 따라서 생존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드레날린이 장시간 분비되면 자매 효소인 카테콜라민이 분비되는데 이 성분은 아드레날린의 효과를 베가시켜 모든 것을 더 움츠러들게 한다. 산모는 잔뜩 긴장해 온 몸을 움츠리는데 태아는 그 움츠러들어 있는 자궁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데서 출산의 고통이 생겨난다.

* 자연스러운 분만에 고통은 없다.

'메리 몽간법' 이라 불리는 최면출산법을 창안한 메리 몽간은 최면출산에 대해 '자연분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면출산에서는 최면을 거는 것이 아니라 자기최면을 통해 몸을 이완시켜 몸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 몸이 출산이라는 혼란으로 인해 제기능을 못하는 것일 뿐이므로 혼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 바로 최면출산이라는 것이다.

메리 몽간은, 출산의 고통은 분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분만의 생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은 없어진다고 말한다. 분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마음의 변화가 곧 몸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분만은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이며 외부적인 두려움으로 인한 호르몬 방해만 없다면 고통 또한 없다.

긴장한 산모들은 숨을 헐떡거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면출산의 기제는 이러한 호흡을 최대한 느리고 깊게 바꿈으로써 아드레날린과 카테콜라민 분비를 막아 별다른 외부적인 개입 없이도 자궁이 알아서 아이를 밖으로 내놓게 만드는 것이다. 몸이 이완되면서 아드레날린 분비가 줄어들고, 힘이 상승한 다음 이완되어 자궁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최면'이라는 말 때문에 최면출산을 하면 자신의 출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최면출산에서 최면은 깊은 이완 상태로 들어서는 통로일 뿐이다. 출산하면서 진정으로 이완하게 되면 주변 상황은 물론 자기 몸 안에서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자각할 수 있다. 많은 산모들은 최면출산을 할 때 고통이 적다는 말을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말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몸이 이완돼 있는 만큼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느낄 수 있다. 맹렬한 느낌이 드는 시기도 있고, 자기 몸이 열리는 것, 아기가 내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두렵거나 불안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자궁 속의 아기가 나오려고 준비하면 자신의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대해 산모는 무척 놀라게 된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스스로 더 편안히 이완할 수 있게 된다.

또 아기 머리가 내려오면서 압박감이 상승하면 산모의 몸에는 행복감을 주는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눈을 뜨게 해서 관찰하면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동공이 완전히 이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모는 엔도르핀이라는 성분에 취해 있는 셈인데 덕분에 출산은 이겨내야 하는 경험이 아니라 놀랍고도 강력한 경험이 된다.

* 최면출산이 아기에게 주는 영향

제니 웨스트는 최면출산으로 아기를 낳은 엄마들이 "우리 아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해요" "우리 아기가 너무 착해요" "우리 아기는 너무 얌전해요" 등드의 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한다. 엄마의 모든 것은 태반을 통과하게 되는데 엄마가 두렵고 불안한 아드레날린 상태였다면 아기도 그렇게 된다. 뱃속에 있는 아기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영 좋지 않군. 지금 나가면 안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버티게 되고, 결국 외부적 개입을 통해 강제로 나오게 된다. 반면 엄마가 차분한 마음과 확신을 가지고 출산 과정에 대해 충분하고 합당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아, 잘 되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아기도 그렇게 믿는다. 준비된 아기는 '이제 나간다. 내가 할 일은 자궁 밖으로 나가는 거야' 하고는 허파를 열고 신체 시스템을 조절하고, 먹기 시작한다. 이 때 산모에게는 어떤 약물도 가해지지 않으며 아기는 생후 30분이면 엄마 젖을 물게 됭므로써 수유나 체중 문제를 비롯하여 기타 곤란을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무통주사를 맞고 태어난 아기들은 젖을 잘 물지 못하기도 한다. 호흡, 수유, 대소변, 성장, 체중 증가 등의 문제들은 출산과정 중간에 개입함으로써 발생된 것이다. 제니 웨스트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88퍼센트는 병워 측에서 행한 행동에서부터 일어난도 확신한다. 우리 몸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간섭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자초한 것이다.

* 고통스러운 출산이란 고정 관념을 깨자.

6년 전인 1999년에 제니 웨스트가 처음으로 최면출산 강의를 시작했을 때, 산모와 함께 병원에 가서 "이미 진행이 시작되어 입구가 많이 열려 있고, 곧 출산이 시작돼 아기가 나올 것"이라고 하면 아무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휠체어에 앉아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 산모를 보고는 "아직 진통이 안 온 것 같은데"라고만 말했다. 보통 산모들과는 달리 깊은 이완상태에 빠져서 진통 중간 웃으며 잡담을 나누는 산모를 보며 정상적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출산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그냥 지켜보라고 하면 처음에는 당황해하지만 곧 최면 출산을 열렬히 지지하게 된다. 원래 제왕절개 시술률이 25% 정도였던 뉴욕 출신의 한 의사는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산모들에게 최면 출산법을 추천했고, 현재 그의 제왕절대 시술률은 1%다.

세계 보건기구의 통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에서 8~10%의 여성들만이 병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병원의 도움에는 정맥주사에서부터 제왕절개 수술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즉 90%의 여성들은 의학적 개입 없이도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벼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10% 중 제왕절개가 필요한 경우는 3~5% 정도일 거라고 보는 제니 웨스트는 "미국에서 25%~36% 정도의 아이들이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는데 이는 정상적인 출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고통 없이 자연스럽게 낳을 수 있는 '정상적' 출산을 두고 부자연스러운 출산이 출산의 전형을 차지하게 된 데는 어떤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산모에게 진통제나 수술은 필요없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