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산사

자연출산 다큐멘터리 이후는.........

조산사 2012. 6. 28. 08:16

나의 마음엔 항상 미안한 친구가 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 중 한명이다.

그녀는 현명했고 지혜로운 여자라고 나는 항상 생각해왔던거 같다.

9년전 그녀는 결혼을 했고 그 후 1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나에게 "나 조산원에서 날까봐" 라는  말을 했는데.

내가 조산사고 같은 동네 병원에서 내가 근무를 하는데 내가 돌봐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 때는 자연출산에 대한 인지가 없던 때였다.

나는 단호히 "위험해서 안돼" 라고 말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데도 나는 눈물이 난다. 친구와 출산에 대한 대화를 할 때도 눈물이 난다.

 

친구의 남편도 조산원 보다 내가 있는 병원에서 낳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통이 시작되었다. 가진통이었고.

그 가진통이 7일간 계속되었다. 아주 많이 아프진 않지만 잠을 푹 못잘정도로 아프긴 했었다.

내가 집에가서 내진을 하니 3cm 가 열려 있어...

"힘들면 병원가서 촉진제 맞고 하자" 라고 하며 친구를 병원에 데려갔고

의사 또한 3cm 이니 당연히 입원을 시켰다.

그리고 촉진제를 썼고.....

친구가 진통을 겪고 아파하고 그걸 인내할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촉진제를 쓰는 고통과 촉진제 없는 자연진통은 많이 다르다. 모두들 똑같다고 설명하지만 두가지를 지켜봐온 나로썬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촉진제로 인한 자궁문의 열림은 빨랐고 금세 4cm 가 되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무통시술을 하였다.

이후 2시간 마다 약을 2번 놓았는데... 문제는 약효가 사라지면 이전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7-8cm 가 되었는데... 그 상태에서 진행이 멈추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기는 내려오지 않았다. 약발이 듣지 않고 진통은 너무 아프고 진행은 되지 않고.

그걸 보는 나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는 수술 결정이 내려졌다.

수술을 하고 회복실에서 내가 분만실 직원이기 때문에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쉽게 데려올 수 있어

가슴에 아기를 올려놓고 젖을 빨려줬다. 이 아기는 엎어있는 상태로 1시간 젖을 빨았다.

하지만 내 친구는 그 아기에게 굉장히 감동하였으면서도 자연분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 했다.

이렇게 첫째 아기가 태어났고.

시간이 흐르고 둘째가 2년후에 생겼다. 나는 좀더 큰병원으로 옮겼지만 브이백을 하지 않는 병원이었고 나 또한

브이백이 위험하다는 인식만 갖고 있었던 때였다.

내 친구는 1째 아기 출산 후 고향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브이백을 도와주는 병원을 찾았었다.

너무 간절히 원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 의료진의 지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41주까지 기다렸다가 수술을 하게 되었다.

 

친구가 둘째는 날을 잡아 수술을 하고 자기 아기를 보니 첫째 아이 때의 수술과는 너무도 다르게..

감동도 없고, 이 아기가 내 아긴가?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어제 나에게 털어놓는데.

눈물이 났다. 출산 1-2주쯤 아기가 폐렴에 걸렸는데도 그냥 낫겠지 이런마음이었다고..

지금은 아프면 본인이 아파주고 싶고 가슴아프고 그랬는데... 지금은 너무 사랑하는데...그 때는 그랬다고.

(이것이 낳은 정, 기른 정 이라는 것이겠지)

 

지금 이 아이들이 벌써 7살, 5살이다.

 친구와 만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났다.

조산원에 보냈다면 잘 낳지 않았을까?

만약에 촉진제를 쓰지 않고 아기를 기다려 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죄책감.

진행이 되었던 브이백 산모들의 출산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제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둘째의 브이백을 지지해주지 못한 죄책감.

이 나에게 있다.

 

촉진제를 쓰지 않고 기다렸다가 출산이 되는 것이 아주 맞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나니 아마 그 마음이 더 큰거 같다.

촉진제를 쓰는 않는 곳의 제왕절개율을 10% 이며

촉진제를 쓰는 곳의 제왕절개율은 40% 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출산은 기다림이란 사실을 깨닫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갑자기 의문이 든다.

10년전 나의 친구의 바램이 갑자기 다큐멘터리 이후 많은 산모들의 바램으로 바뀌어 버린것일까.

아니면 그냥 바람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