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출산후기

그게 가능해요?

조산사 2010. 12. 25. 19:24

그게 가능해요?”

제가 우리 우하하(태명)를 출산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아기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가면 보통 언제, 어떻게 출산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저는 아기를 낳고 바로 다음날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는데요,

제가 이 두 가지에 대해 얘기하면 한결같이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그게 가능해요?”

 

이렇게 놀라는 첫 번째 이유는 아기를 출산하고 바로 다음날인데 너무 멀쩡(?)하다는 것과,

또 한가지는 회음부 절개와 이른바 산모들이 굴욕 3종 세트라 부르는 제모, 관장, 내진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기를 출산한 직후에도 자연스럽게 걸어서 화장실에 갔고, 걷는데도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산모들이 궁금해하는 찢어지거나 터지지도 않았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

저의 친정엄마는 간호사셨는데요, 실제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도 계셨답니다.

제가 자연출산 방법으로 아기를 낳겠다고 했을 때, 출산 직전까지도 가장 걱정하고 만류하신 분이기도 하구요. 그럼 제가 아기를 낳고도 바로 움직이고 또 놀라운 회복을 보인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제가 병원에 도착한 것은 11 15일 오후 1시반 딱 예정일이었습니다.

진통이 10분 이내로 규칙적이 되서 집인 경기도 수지에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한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진통은 심하지 않았고 저는 제가 준비해간 편안한 옷을 입고 준비했습니다.

 

오후 5시까지,

진통이 올 때마다 방우리 조산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제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짐볼에도 앉았다가, 의자에도 앉았다가, 누웠다가, 천줄(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천장에 매달린 줄)에도 매달렸다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자세를 취하다 보니 생각보다 70% 정도로 빨리 진행되서 저녁식사 전에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 이 정도면 아이 낳을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칠만하면 방우리 선생님이 격려도 해주고, 신랑도 옆에서 손 꼭 잡아주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첫아기였기에 특별한 두려움 없이 진통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복병은 있는 법!

막상 중간 산도가 생각보다 좁아서 저녁 7시 반쯤부터 아기를 낳은 저녁 9시까지는 솔직히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 사람이 진통하다가 자다가 또 진통하다가 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생각했죠. 보통은 아기를 배아파 낳는다고 하는데, 저는 신랑과 손을 꼭 잡고 있어서 나중에는 배보다 손이 더 아팠습니다. 저는 짐볼에 엎드린 자세로 아기를 낳았는데요. 남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이 자세로 정환욱 원장님과 방우리 조산사 선생님께서 아기를 낳을때가지 옆에서 자세도 잡아주시고 힘줄때와 이완할때를 구분해서 호흡도 지도해주셨습니다. 보통 조산원의 출산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이 조산원 출산에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것입니다.

 

울지않는 아기, 그러나 우는 아빠

저녁 9,

저의 첫 아들 우하하(태명)군은 정말 우하하 웃으면서 태어나지는 않고,

우아앙~울면서 태어났지만 제 품에 안기더니 금방 안정을 찾았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제 품에 안기기 전에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저희 신랑에게 안겼는데요.

과하게 쿨~한 성격의 저희 신랑 제가 출산하는 과정을 보며 두 번 울었습니다.

제가 진통하는 걸 보며 한번 울고, 아기를 품에 앉고 감격에 한번 더 울었습니다.

제가 과하게 쿨~하다고 말씀 드렸듯, 저희 신랑은 저와 양가 부모님만 괜찮으시다면 아이 없이 사는 것을 지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혹시 신랑분이 이런 성격이라면 이 출산법을 강력 추천합니다.

정말 우리 신랑이 달라졌어요~’를 몸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아빠들이 분만실 밖에서 단순히 대기자참관자로 있는것에 반해, 저희 신랑과 저는 함께 출산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전우애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신랑은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기를 식구로 맞이하는 것과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인지를 목격(?)하고 체험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아기를 낳은 저녁 9시까지, 또 다음날 퇴원할 때까지 저는 병원의 제 방에서 신랑과 함께 진통하고 아기를 낳았습니다. 아기를 낳고도 물론 계속 그 방에 있었구요. 저는 그대로 있고 방우리 조산사 선생님과 정환욱 원장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와주셨죠. 마침 그날은 산모도 저 한 명이어서 저희 아들은 이름표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아기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없었습니다.

 

인내심 강한 아이, 현우

이렇게 자연출산으로 낳은 아기는 어려움을 노력해서 극복했기 때문에 인내심도 강하고 순하다고 하셨는데, 저희 현우(하하의 이름)는 잘나오지 않는 엄마젖도 짜증한번 없이 줄기차게 빨아주고, 아주 잘먹고 잘자고 잘 자라주었습니다.

3.36kg 표준으로 나와서 생후 한달하고 일주일 지난 지금은 5kg이 넘는 우량아가 되었습니다.

(**현우는 사진에서 보시듯 '우카리스마'에서 '도련님'을 거쳐 지금을 '우장군'이 되었답니다) 

 

나는 어떻게 자연출산을 선택하게 되었나?

저와 저희 신랑은 솔직히 말씀 드리면, 특별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을 존중하고 무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와 저희 신랑이 조금은 특별한 출산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정환욱 원장님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결혼한지 5년 만에 자궁내막종으로 인한 난임을 극복하고 자연임신에 성공하게 도와주셨거든요.

 

자연출산교실에 참가할 때만해도 임산부를 위한 부부 요가교실인줄 알고 참석했답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연출산교실을 참가하면서 알게된 것들로 자연출산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갈등과 고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있었습니다. 주변에 응급사항은 어찌나 빈번히 일어났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 및 친인척분들은 대부분 만류하셨거든요. 선택에 고민이 되시는 분들은 자연출산교실에 참여해보시길 권장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메디플라워 여성의원의 정환욱 원장님과 조혜진 원장님께서는 산모가 선택 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자연 임신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시는 분들, 환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시고 다양한 메디컬 조언을 통해 선택권을 받고 싶으신 분들, ‘분만이 아닌 출산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고려해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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