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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와 만나던 날- 내 삶에서 가장 행복 했던 기억

조산사 2011. 3. 24. 17:41

솔이 만나기 전까지 출산의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매일 밤 지새며 까페 출산기를 10번도 넘게 읽으며 눈물도 흘리고 각오도 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솔이와 만난지  2주가 넘었습니다.

지금 전 2시간에 한번씩 우리 솔이와 행복한(??^^육아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만 행복한건 사실입니다) 데이트를 하고 있답니다.

솔이와의 데이트가 더 행복한 이유는 솔이 와 만나던 그날은 기억들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뼈속까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해도 기쁨이 샘솟는 그날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써보도록 할께요.

 

34주차들서부터 자연출산에 대한 압박감이 좀더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초음파상 솔이 몸무게 2.9kg 이런 식으로 가면 3kg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운동량을 좀 늘렸습니다.

아침,점심먹고 산보 1시간30분 저녁 일찍 먹고 산보 2시간 동네 약수터를 오르내리며 좀 과하게 한 운동이35주차에 검진 해보니

양수가 많이 줄었다는...물 많이 먹고 휴식 하라 하셔서 나름 열심히 물먹고 이온음료먹고 했지만 36주차 검진결과 양수량 더 줄어들고.. 운동 완전금지 물 더 많이 처방을 받고 집에 와서 꼼짝 안고 누워 있는데 양수가 적어서 그런지 힘겹게 움직이는 솔이 보면서 맘이 많이 아팠답니다(ㅠㅠ)..

암튼 운동 완전 중지,게토레이 하루에 세병 네병씩 비우며(너무 배불러서 식사도 못하겠더라구요) 일주일을 보낸 결과 양수량이 조금 늘었다 하시고 솔이 몸무게도 3.2kg 37주 되었으니 이제 당장 나와도 괜찮다하시고^^~~

한번 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자연출산센터에 우리선생님 만나러 갔지요.

출산할 방에 들어가서 심호흡도 해보고 상상도 해보면서 나름 마음의 리허설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간호부장님이 "아기 빨리 나오면 좋겠네요~더 커져서 엄마 고생 안시키게..^^"

그말이 암시였던가....ㅎㅎㅎ

그날 저녁에 뭐가 왈칵 나오는데 따뜻한 물 같은게..양수인가? 갑자기 불안해지고 우리 선생님께 전화 해보니 낼 오전에 오라고..

그때부터 왜이리 무서운지..그러더니 피가  조금씩나오기 시작 합니다.ㅠㅠ

우리 신랑 이때부터 눈물 글썽글썽..

진통이 오기 시작 합니다.

시간이 그리 규칙적이진 않았어요.

2월18일 밤 11시에

진통 시작해서 그렇게 밤은 지나 갑니다.

다음날 오전 9시 메플로 고고씽~~10분,1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 듯 ..

아프긴 하지만 눈 질끈 감고 호흡 깊게 하면 참을만 합니다.

우리선생님 태동기 체크 해보시고 오늘 저녁이나 낼 새벽에 솔이 볼 수 있겠다고..

아...진짜 나오는구나ㅠㅠ(이때부턴 오히려 맘이 담담해지더라구요)

자 이젠 힘쓰려면 뭘좀 먹어야 겠죠.

신랑하고 언양불고기 한바탕 먹어주고 먹는 와중에 진통해 주고 걷다가 진통 해 주고 이젠 쫌 많이 아픕니다.

집으로 가서 침대에 누워서 솔이 만날 생각 하며 시간을 채워 나갔습니다.

2월19일 오후4시쯤 되었을까..

너무 아파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는.."자기야 나 병원 가야 할 것 같아"

갑자기 급속도로 진통이 오고 병원 가는 차안에서 구토가 시작되고,집에서 병원까지 십분거리가 한시간은 되는 듯 한 느낌이었지요.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들어 갓습니다.

따끈한 물에 들어 가니 확실히 덜 아프고,,우리선생님 4cm 열렸다고 잘 참고 왔다고 격려 해주시고^^그 와중에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수중에서 진통하다가 다시 침대로 ..정말 너무 아파져서 다시 수중으로 들어 갑니다.(이때까지는 이성은 있지요^^)

좀더 시간이 흐르니까 정환욱선생님이 강의때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더군요.본능으로 출산 하라고...

한 두시간정도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때 소리를 좀 많이 질렀지요..(늑대 울음소리)창파 창파 ㅎㅎㅎ그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격려 해 주시 이온음료 챙겨주시고~고마워요 우리선생님^^

많이 아주 많이 힘들었지만, 솔이가 나와야 끝이 난다는 생각에 더 힘주고 더 안간힘을 써봅니다.(전 제가 삼손이 된줄 알았어요 ㅋㅋ)

오후6시쯤?

자궁문이 다열리고 이제 솔이가 나오는 시간~

이때부터는 그렇게 아프던 진통은 사라지고 응아나오는 느낌*10배? 정도의 느낌으로 밀어내기.

하지만 체력이 다 소진된 상태 (이때 생각하면 눈물이 흑...) 아.. 이래서 마라톤이라고 하는구나...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몽롱해질 때 즈음 솔이 머리 가 손톱만큼 보인답니다.

힘을 내 봅니다. 솔이도 지금 나오려고 발버둥치는구나 하는 생각에 "엄마도 힘낼께 엄마도 힘낼께 "를 맘 속으로 계속 외쳐봅니다.

이젠 신랑과는 완전 환상의 듀엣콤비^^~이젠 서로 말도 필요없습니다. 제가 숨만들이 마셔도 합동작전 밀어내기 시작 (완전 트랜스포머같았다는~~)

조금씩 더 머리가 보이기 시작 합니다.

하지만 좌절의 순간은 또 오더군요..과연 저 머리가 다나올까?...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이때 그냥 선생님 말 믿으세요.

참 신기하죠. 그손톱만하던 머리가 어느 순간 반 이상 보입니다.

어느 새 정환욱선생님도 들어 오셨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그렇게 힘주는 거 맞아요~~"정말 힘은 하나도 없는데 초인적인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강의때 보았던 꽃잎사귀에 둘러싸인 아가의 머리떠올리면서 ...길게 힘을 줘 봅니다.. 솔이 머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 순간 어마어마한 기쁨이..

평생을 두고 잊을 수없는 순간이................ 이 순간일 것 같아요.

나중에 솔이에게 당당히 해 줄수 있는말 "솔아 엄마 평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네가 태어나던 그 때야"

솔이 머리가 나오자 정선생님 방선생님 우리신랑 모두가 합심해서 외칩니다 "힘빼세요 !!호흡 하세요!! 하하하.."

집중합니다.힘빼는거 중요해요

솔이 몸통이 쏜살같이 나오고 제 가슴위에 올려지는 순간

"오! 마이 갓!" "주여 감사합니다"



저녁 8시 19분
3.2kg 우리 솔이를 만났습니다.너무도 작고 귀여운 우리 솔이한테 입맞춤 합니다

울지 않습니다.엄마 품에 안겨서 그저 꼬물꼬물 합니다.

전 솔이 나오면 울 줄 알았는데 솔이가 안우니까^^저도 눈물이 안나더라구요^^

신랑도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같이 해 냈다는 기쁨에 서로 눈만 쳐다봅니다.

그렇게 신랑이 탯줄 자르고, 방으로 돌아와 후처치 하는 동안 솔이에게 젖 물려 주는데 ㅠㅠ우리 솔이 어디서 배운적도 없는데 엄마젖 왜그리 잘빠는지....

태반도 잘 나오고 회음부도 아주 아주 쪼끔~~~~~

솔이와 나를 배려하는 따뜻한 조명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그 날 화장실도 아무렇지 않게 가고 다음날 부터 식사 완전 맛있게 잘하고, 솔이 잘 싸서 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 왔답니다.

3일째 되는날 최희진 원장님 만나서 모유수유의 핵심(?)^^을 전수 받고 완전 즐거운 모유수유 하고 있구요~~

2주가 된 지금은 ㅎㅎㅎㅎ배도 다 들어 갔다는..담주부터는 골반교정 및 이쁜복근 만들기 프로젝트 들어 갑니다~~

원래 제왕절개하려고 굳건히 맘먹고 있었는데 아,,,,제왕절개했으면 이렇게 행복하게 출산 했을까?

행복한 출산의 철학으로 인생에 가장 파워풀한 경험으로 인도 해주신 정환욱 선생님,산모의 심리적 어려움까지도 섬세하게 진료 해 주신 조혜진선생님,그리고 가장 고통의 순간에 함께 해 주신 방우리 선생님, 언니같은 미소로 항상 따듯하게 맞아주신 사모님,조근조근 자상한 눈빛으로 궁금증을 풀어주신 간호부장님,우울함도 기쁨도 같이 나눠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우리신랑^^ 너무 사랑하고 이 모든 분들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ㅎㅎㅎ 꼭 깐영화제에서 수상소감하는 것 같네요.

자연 출산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많이 아프고 고통스런 진통의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육체적 고통은 시간이지나면 사라집니다. 기억이 잘 안나더라구요.

하지만 솔이가 나오던 탄생의 순간 그리고 출산후 세 식구가 함께 했던 따뜻한 행복의 시간들은 영원히 기억 될 것 같네요.

그리고 그 기억들은 앞으로의 삶에 마법의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할 것 같아요.

메플 가족 여러분 ~~ 다시 한번 감사드리구요^^

아직까지는 배가고파도 기저귀가 불편 해도 한번을 울지 않는 우리 솔이 사진 올립니다(찡찡거리긴해요^^~~)

 

솔이 자는 시간 짬내서 쓴 글이라 표현도 부족하고 두서가 없어요.

이해해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