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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이 출산기 (마마스 조산원)

조산사 2014. 7. 5. 13:42

마마스 조산원에서 출산 하신 산모님이 보내오신 출산기 입니다.




복길이 자연주의 출산기(2014.6.23.)

 

아마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한 산모들의 시작은 대부분 SBS 다큐멘터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집에서 볼만한 다큐가 없는지 검색하다가 아직 임신하기 전이었지만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다큐를 혼자 보게 되었다. 그리고 출산에 대한 새로운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남편과 다큐를 다시한번 보게된다.

 

남편 : 여보도 저렇게 낳을 수 있겠어? 나는 여보 결정대로 할꺼야~

나 : 글쎄~ 잘 모르겠어;;

 

사실 아직 임신도 안한 상황에서 결정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연주의 출산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2013년 8월경,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하고,

11월초에 임신사실을 알게 된 나;; 회사에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얼떨떨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니.. 결혼한지 1년을 못채우고 아이를 갖게되었다.

 

그러던차에, 우리회사에 자연주의 출산을 한사람이 2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명은 대표님 와이프인데 메디플라워에서 출산, 한명은 팀장님인데 김옥진조산원에서 출산을 하였고 기존에 다큐를 통해 알고 있던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보다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이자 임신기간동안 지속적인 힘이 되었다.(2명의 성공 사례를 가까이서 들었으므로)

 

임신 중의 정기검진 병원은 집근처 병원을 다녔고, 임신 5~6개월이 될때까지만해도 출산방법을 선택을 하지는 못했다. 그냥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낳아도 되지 뭐.. 라는 생각도 들었고, 부모님도 철썩같이 이 병원에서 낳을꺼라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7개월즈음 자출과 관련된 블로그 후기와 병원, 조산원을 검색해보았고,

메디플라워나 연앤네이처는 비용문제도 있고, 그 중 마마스조산원은 대학병원과 연계가 되어있는 시스템이라기에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았다. 그리고 다른 곳은 살펴보지도 않고 마마스에서 낳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예전부터 대규모 시스템보다는 소규모 시스템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보다 가족같은 분위기와 1대1로 케어해줄수있는 장점때문에)


마마스조산원에서는 3차례에 걸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첫번째는 자연출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두번째는 영양상담과 태교, 세번째는 출산리허설로 출산 당일에 닥치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복식호흡방법, 운동 방법, 속싸개 싸기부터 기저귀갈기까지 세세하게 남편과 배울 수 있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의 준비가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산원에서 해주는 교육 뿐만아니라 '자연주의 출산보고서', '히프노버딩','엄마 뱃속이 그리워요'라는 책도 정독하여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누군가에게도 설명을 잘해줄 수 있을 정도로 알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영양관리와 운동인데, 나는 밥은 주로 한식위주로 먹었지만, 가끔 밀가루 음식도 먹긴했다;

임신중에 아기가 큰 편이어서 초콜렛, 단 과일, 사이다 등 단 음식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고, 매일매일 방울토마토로 허전한 내 입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짐볼을 사다가 두달동안 TV를 보거나 시간이 날때마다 허리운동과 골반운동을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운동이니 습관화하는게 좋다. 다른 운동은 사실 할 시간도 힘도 없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약 1시간 반거리인데 여의도역과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을 두번이나 갈아탈때마다 계단도 오르락내리락 해야했고, 아무튼 출퇴근 자체가 나에게는 운동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도 나는 36주까지 회사를 다녔다.


드디어, 37주가 되어 출산휴가.

회사다니느라 하지 못했던 출산과 육아용품을 준비하고, 아기 빨래도 해놓고, 미용실도 한번 다녀오고, 순천향병원에 가서 막달검사도 했다. 아기가 큰데 39주 안에는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과 걱정이 밀려왔다.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공원을 1시간씩 걸어다녔다.


그리고 휴가를 낸지 1주일만에..

월요일 새벽 1시쯤부터 아랫배가 알싸하게 아파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불규칙적이면서도 싸하게 아파오는게 혹시 이것이 가진통인가?? 하면서 가진통이 왔으니 이번주 중에는 진진통이 오겠거니 하는 생각과 함께 진통 어플로 시간체크를 해보았다. 진통은 1분정도였고 간격은 10분이었다가 3분이었다가 오락가락했는데 진통은 참을만했고,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은 깨울 생각도 안했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가진통을 겪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니 이슬이 비쳤다. 심장이 덜컹하면서 아, 이슬이 비치면 2~3일안에 애기 나오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오늘은 가진통만 이렇게 겪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둥!! 새벽 4시부터 진통간격이 5분단위로 규칙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라.. 규칙적이면 진진통인데.. 이상하다. 이렇게 빨리 오나? 하고 조금 더 버티다가 5시경 조산원에 연락을 했더니, 초산이고 진통이 다시 늘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1~2시간 정도 더 지켜보고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이때도 진통은 참을만했고, 남편도 일어나서 걱정을 하다가 나는 이거 가진통일 수도 있느니 일단 출근을 하라고 보냈다. 무슨일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그리고 7시경이 되었는데.. 진통이 2~3분 간격으로 떨어지면서 강도가 점점 세짐이 느껴졌다.

초반엔 배로 시작된 진통이 허리로 완전히 옮겨졌다.

그렇다. 나는 허리진통을 하게된 것이었다 ㅠㅠ


조산원에 연락을 다시 하였더니, 일단 조산원에 와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 일단은 집으로 다시 돌아올지언정 이 진행상황을 조산사님께 보여드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회사에 출근한 남편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남편이 집으로 다시 돌아와 나를 픽업하고 조산원까지 이동하면서 진통의 강도가 강해짐을 느꼈고,

조산원에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도 주저앉아 진통을 하면서 조산원 침대에 도착하니 10시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짐승으로 변신한 시간.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남편의 손을 부여잡고 본격적인 허리진통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손을 부여잡을 때 내가 손톱으로 힘을 주는 바람에 아직도 남편 손에는 내 손톱자국이 꽤 남아있다.ㅠㅠ 미안해 남편 ㅠ

그리고 조산사님께서 진행상황 확인을 해주셨는데 골반이 너무 좋다는 칭찬과 함께;

아기가 많이 내려와 있다고, 그런데 엄마 자궁문이 2센치밖에 열리지 않아서 몸에 힘이 들어가도 힘을 빼야한다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허리가 끊어지고 하반신이 사라질것 같이 힘이 들어가는데 힘을 빼야한다니.

자궁문이 열리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호흡. 복식호흡뿐이었다.


막달 때 자기전에 복식호흡 연습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몸에 힘이 자꾸들어가니 호흡의 흐름을 놓칠때마다 아래에 힘이 들어가게되니 그게 더 힘들었다.

조산사님께서는 내가 진통을 할때마다 '다~지나갑니다~' '잘하고 있어요~' '호흡하세요~후~'라고 말씀해주셨고, 옆에서 다 지나간다는 말을 들으면서 호흡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남편에게도 '다 지나간다'라고 말해달라고 그 와중에 요구했다;;

힘을 빼는 방법이 쉽지는 않았는데, 중간에 내가 호흡을 놓치고 '으악'하면서 아래에 힘을 주게되면 조산사님께서는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주셨다. 자궁문이 다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힘을 줘버리면 아기를 낳을수는 있지만 자궁문이 많이 다치게 될거라고 하면서 그 와중에 나를 설득하셨다.


그렇게 허리진통은 네버엔딩이 될 것 같았는데 장면이 바뀌면서 한분의 조산사님이 같이 들어오시고 뭔가 준비작업을 하셨다. 이제, 힘을 주는 타이밍이 되었다는 말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조산사님의 말에 따라 호흡과 함께 힘을 빡- 다시 쉬었다가 힘을 빡- 다시 쉬었다가 힘을 빡 - 아!! 수박이 낀 느낌이다.

조산사님께서는 내가 힘을 줄때마다 나의 회음부가 다치지 않도록 눌러주셨다.

'아기 머리 나오네요. 한번 만져보세요' 하셔서 만져보니 미끄덩거리면서도 수북한 아이의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쉬었다가 힘을 빡- 에라이 모르겠다! 라고 있는 힘을 다 주었더니 회음부가 불타는 느낌이 무엇인지 공감하면서 미끄덩~하고 복길이가 빠져나왔다.


'잘하셨어요~' '여보~ 아기 나왔어' 라는 말과 함께 아기가 내 가슴에 안겼다.

팔다리를 힘껏 버둥거리던 아기가 내 품에 안겨있는데 얼떨떨하면서도 내가 정말 아기를 낳았구나. 이 아기가 내 배속에 10달동안 있던 아기였구나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산사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고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복길이는 셋만의 시간을 오롯이 갖게 되었다.


태교를 많이 한건 아니지만, 나름 복길이 주제가로 불러주었던 '반짝반짝 복길이(반짝반짝 작은별을 개사했다)'와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고, 아기도 내 품에서 편안하게 숨을 고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힘을 주느라  찢어진 회음부를 꿰매고 후처치를 받는 동안, 남편이 아기를 안고 캥거루 케어를 해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게 되었다.


'복길이 몇시에 태어났나요?'

'네~ 1시 반에 나왔네요'


와우. 나는 진통하면서 시간이 정말 오래지난줄 알았는데 조산원에 도착해서 3시간 반만에 아기를 낳았단다.

출산과정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니 정말 순산한거라고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나의 골반이 빛을 발하는구나)


이렇게 나는 자연주의 출산에 성공하였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엄청난 자부심과 빠른 몸의 회복력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출산 후 마마스 조산원의 '친절한 엄마되기 코스'를 6박 7일간 지내게 되었다.

사실 친절한 엄마되기가 아니라 친절한 아빠되기 코스가 아닐까싶다. 남편이 휴가를 내고 함께 있는동안 나보다 더 많이 고생하고 육아에 대해 배우게 되었으니 말이다.


'친절한 엄마되기 코스'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며, 강한 의지가 있어야 버틸 수 있는.. 하지만 다 지나고 나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코스라고 생각이 든다.

아기를 낳고 바로 모유수유를 시작으로 아기와 함께 방을 쓰면서 앞으로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될 일을 온몸으로 겪게 되므로, 잠도 못자고 몸이 많이 지칠 수 있다. 나는 정말 하루에 1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3일째가 고비였는데 약간 각성상태처럼 아기가 배가 불러 잠이 들면 2~3시간정도 시간이 생기는데 그때에도 잠이 들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했고, 나중에는 두통도 심하게 와서 내가 너무 오바한거 아닌가, 이러다 몸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됬는데 4일이 지나가면서 아기와의 생활 패턴을 맞춰나가게 됬고, 출장마사지를 한번 받으니 몸이 많이 풀렸다.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나와 남편은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기본적인 기저귀 갈기부터, 모유수유와 혼합수유(손가락수유, 튜브수유, 컵수유 등), 목욕시키기 등을 자세하게 배웠고, 마음가짐도 단단히 먹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마스조산원에서 지내면서 감사드릴 분이 많다.

진통겪을 때 옆에 힘이 되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아기 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산사님과 일주일동안 생활하면서 낮과 밤에 상세하게 육아 코칭해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영양 가득한 식사 준비해주신 이모님들(식사는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고영양, 정성이 듬뿍 담긴게 느껴져요)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복길이 태어난지 2주가 되어.. 복길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