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출산후기

자연분만 vs. 자연출산

조산사 2012. 6. 27. 14:04

아기태명 :다동이

예정일 : 2011년 11월5일

출산일 :2011년 11월 13일

성별/몸무게: 남/ 3.52kg

출산 방법 : 자연 출산/수중출산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카페에 들어와 다른 분들의 글만 읽다가 이제서야 출산기를 남기네요

 

저는 현재 6살 된 딸아이와 한달전에 태어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반 산부인과에서 유도분만으로 낳았습니다. 예정일이 13일이나 지나서 병원 진료를 갔더니 의사샘께서 더 이상은 기다릴수 없다며 촉진제를 맞자고 하셨습니다. 그 즉시 분만실로 내려가서 제모에 관장에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은 오전11시-12시쯤 되었을 거예여. 아침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게다가 집에서 큰 볼일까지 보고 온 상태라 배가 엄청 고픈 상태 였는데 거기에 관장까지 말끔하게 했으니 거의 속이 깨끗했었죠...ㅠ

똑바로 누워있기 정말 힘든데 주사바늘까지 꽂고 배는 고프고, 그런데 진통은 오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거즈에 물을 묻혀 입술만 적시는 정도만 허락되었고, 그저 누워서 옆 분만실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좀 전에 소리지르던 산모는 병실로 올라갔는지 조용하고 또 다른 산모가 조용히 진통을 견뎌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렇게 산모 여러명이 아기를 낳고 병실로 올라가는데 저는 저녁이 될때까지 약간의 가진통만 있을뿐 진통은 오지 않았고 간호사들의 내진만 수차례 당했습니다.

 

밤에는 촉진제를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촉진제를 맞자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남편한테 들은 얘긴데 밖에서 간호사들 "저 산모 저러다가 내일 수술하겠네" 그랬답니다. 워낙 진통이 안오니 수술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언을 한 거죠. 우연히 남편이 이 소리를 들었다네요.

 

비몽사몽 잠을 자던 중에 갑자기 배속에서 퍽!!~~~하고 무언가 터져 나왔습니다. 양수가 터진것입니다. 그 때 시간이 새벽 3시였습니다. 그때부터 진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폭풍같은 진통. 배가 끊어질것 같은 진통이 쉴틈없이 몰아 닥쳤습니다. 나는 어찌할줄을 몰라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습니다. 남편도 옆에서 어찌할줄을 몰라 내 손을 잡아주려 하는데 제가 힘차게 뿌리쳤습니다.(지금도 남편은 이 이야기를 합니다. 상처였나봅니다.) 옆에 간호사가 도와주지 않으면 호흡을 할수 없을것 같아고 그래서 간호사의 팔을 놓지 않으며 분만실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제 기억에는 진통이 쉬지 않게 계속왔던것 같은데 남편은 아니랍니다. 쉬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진통이 너무 세서 그랬는지 제 기억에는 아기를 낳기 전까지 계속 진통을 겪은것 같습니다. (남편말이 맞을거예요. 전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까요 ㅎ) 진통하는 내내 제가 했던 생각은 '아, 그만두고 싶다. 아기 낳는거 그만두고 싶다.' 였습니다. 아기를 만날것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전혀 없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배가 너무 아팠거든요.

 

그렇게 1시간 30분의 진진통이 견디자 아기가 다 내려왔다고 힘을 주라는데 너무 신났습니다. 힘만 주면 이 끔찍한 진통이 끝나는 거니까요. 그래서 숨이 멎을때까지 힘을 주었습니다. (먹은 것도 없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3번의 힘주기만에 아기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간호사들이 배를 밀어주었고 회음부는 절개된 상태였습니다. 회음부는 많이 찢어졌다고 합니다. 아기는 잠깐 엄마에게 확인시켜주고 데려가 버렸습니다. 저는 계속 분만실에 누워서 후처치를 하고 2시간정도 누워있다가 병실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겪은 진통이 촉진제 진통으로 자연진통보다 세게 겪었다라는 사실을. 원래 자연진통이 이런건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출산에 대한 제 기억을 좋을리 없었습니다. 게다가 회음부도 너무 아팠습니다. 앉아서 밥먹기가 괴로워서 서서 밥을 먹었으니까요. 2주가 지나서야 앉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괴로웠던 진통과 회음부 고통은 쉽게 잊혀지기가 않았습니다. 남들은 금방 잊고 둘째를 낳는다는데 저는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둘째 낳기로 결심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습니다.

 

큰 아이를 낳은지 몇 개월 후에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내가 경험했던 병원에서의 분만이 의료인 중심의 분만이었고 비인격적이 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아이의 간절한 바람으로 둘째를 임신한 후 조산원 출산을 알아보았지만 거리상의 어려움도 있었고, 자신도 없어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10월 어느날 밤에 잠이 안와서 문득 조산원검색을 하던중에 자연출산센터의 존재에 알게 되었고 그 후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제가 딱 원하던 바로 그런 곳이 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날 메디에 전화하여 교육일정 잡고 예정일 3주를 앞두고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정장애가 있는 저에게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남편과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을 설득해야 하는데 일단 아무 말도 안하고 BOBB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동영상 한편으로 우리는 마음을 같이 할수 있었습니다. 함께 생각을 모아 준 남편에게 감사했습니다. (이 영상을 본후 이미 첫째 아이때 정신못차리고 소리지르며 진통을 겪던 제 모습을 본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넌 저렇게(우아하게 호흡하며,  소리도 별로 안지르고...) 못낳을것 같은데..."  )

 

암튼 교육을 받으며 무엇보다 호흡을 연습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엘레베이터를 타면서도...호흡...호흡...호흡...

둘째라서 예정일보다 일찍 나올려나...살짝 기대하고 있었는데...2주나 뱃속에서 더 있다가 나온 누나를 닮았는지 이 녀석도 예정일이 될때까지 소식이 없었습니다. 출산가방을 챙겨놓고 14층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운동을 하는데도 이슬도 양수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태아가 커질까봐 좋아하던 과일도 줄이고(끊지는 못하고), 탄수화물도 대폭적으로 줄이고...ㅋㅋ 운동에 운동에 그러면서 틈틈히 꽃맘님들의 출산기를 읽어보며 이런 저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예정일이 일주일이 지난 11월 12일 토요일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교육받고 남편이 토요일 근무하고 하느라 갈수 없었던 여주 아울렛을 갔습니다. 출산하고 나면 한동안 외출 못할테니 무리일수도 있지만 강행하였습니다. 운동으로 걸을때와 쇼핑으로 걸을때 느껴지는 피곤함의 강도가 다르더군요. 운동할때는 1시간만 걸어도 피곤하더니 쇼핑할때는 여기저기 잘도 돌아댕겼습니다. ㅋㅋㅋ 그렇게 몇시간을 걷다보니 배가 쌀~~쌀~~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음 ...신호가 오는 건가?...아...신호가 오는 것 같습니다. 어서 쇼핑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가야할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진통시간을 체크해보니 5분 진통입니다. 그 때시간 5시였습니다.

 

집에와서 출산가방도 마저 챙기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식당에 나가서 먹긴 힘들것 같아 치킨을 시켰습니다. 진통을 하면서 먹을려니 소화가 잘 안되는 것같아 더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침대에 엎드려 진통을 견디는데 호흡을 하니 그래도 견딜만 합니다. 3-4분 간격의 진통이 왔는데 우리 남편 아직도 여유롭습니다. 병원에 전화도 안하고 웰컴편지 쓰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쯤에 병원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더랍니다. 헐...남편에게 병원에 전화해서 진통을 겪고 있는 산모가 있고, 곧 병원을 가게 될 거라는 것을 알리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병원에 전화하니 지금 병원에 오라고 합니다. 경산모니 진행이 빨라질수 있다고...최대한 진통을 집에서 견디다 가려고 했는데....이제는 가도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차에 타자 진통을 더 자주 왔고 제 호흡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이 와중에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까지 들렀다 갔습니다. ㅠㅠ

그 때 시간이 10시였습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2층 메디까지 올라가는 길이 왜이리 멀게 느껴지는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우리 조산사님이 "오래 참다가 오셨나봐요"합니다. 표정만 보면 다 아시는것 같습니다. 내진을 하자 6cm나 열렸다고 합니다. 태동검사를 하기 위해 누웠는데 역시 누워서 진통하는것이 힘이 들더라구요. 검사하는 그 몇분이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수중분만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장님께 전화하라고도 하더라구요. 원장님을 부른다는건 정말 출산이 임박했다는 뜻일텐데...앗싸...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물을 언제 다 받아지나요?" , "아직 멀었나요?" 물속에서의 이완을 빨리 느끼고 싶어 조산사님께 자꾸 재촉하며 질문합니다. 물이 채워지자 옷을 훌렁훌렁 벗고(위에는 가리고 싶어서 민소매티를 준비해 갔지만 챙겨입을 정신도 시간도 없더군요...ㅎ)입수 하였습니다. 확실히 진통을 수월했습니다. 남편은 수영복을 입고, 첫째 딸은 옷을 다 벗고 함께 들어왔습니다. 우리 딸은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것처럼 신나보였습니다.

거의 다 열렸으니 힘주고 싶으면 힘을 주랍니다. 힘주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몸이 너무 이완이 되버렸는지, 아님 낮에 쇼핑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서 그런지 힘을 주고 싶어도 힘을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더 힘을 줘야된다고 생각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이 때 시간이 아마 11시가 넘어갔을 것입니다. 피곤한 시간이지요....힘을 주는데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하여 조산사님이 주물러 주시고...그러면서 거의 다 됐다고.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계속 격려해주십니다.

 

이번에는 자세를 바꿔서 앉아서 힘을 주자고 하십니다. 광목천을 잡고 힘을 주니 이번에 왼쪽 팔에 쥐가 납니다. 밑에 힘을 줘야 하는데 도대체 힘을 어디에 주고 있는 건지...힘이 딸리니 자꾸 속상합니다. 지치기도 했구요. 그러나 첫째때와는 달리 '나보다는 제희가 더 힘들거야. 제희도 잘 참고 있으니 나도 잘 참아야지. 잘하고 있어...잘하고있어...' 라는 긍정의 생각이 힘주는 내내 저를 지배하였습니다. 나보다는 뱃속의 아이의 생각하며 지치고 긴 힘주기 시간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딸아이는 기다림에 지쳐서 욕조 밖으로 나가서 옷을 챙겨입었습니다. (아이가 옷입는 것도 성함을 모르는 어떤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감사 감사) "아 재미없어. 아기도 안나오고..." 합니다. ㅎㅎ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리며 진통 중간중간 엄마에게 물도 먹게 해주고 flash도 들고 있어준 딸아이도 지쳤던 거지요.

 

그렇게 오랜시간이 지났습니다. (나중에 보니 힘주기만 2시간정도 한걸로 추측합니다. )회음부 부분이 화끈거리며 벌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아이가 나오려고 길을 만드나 봅니다. 이 화끈거림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아...이제 나올려나 보구나...아기 머리를 보면 힘이 난다고들 하던데, 아기 머리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아기 머리는 못봤습니다. 그러다 순식간에 미끄덩~~~쑥~~~하고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제 가슴위로 올려진 아들...제희...감격과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가 엄마 가슴에 안겨서 세상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리에 밖에 있던 딸아이가 달려옵니다. 이때 시간이 새벽 00시 58분이었습니다.

 

방으로 옮겨와서 곧 태반도 빠지고 회음부를 2cm정도 찢어졌다고 꿰매겠냐고 정원장님이 물어보시는데 안 꿰매겠다고 했습니다. 원장님께서도 저절로 아물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가 태어난지 30분만에 아이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힘차게 빱니다. 후후

몸무게는 3.52kg , 키는 51cm 머리둘레는 37cm (평균이 35cm랍니다)....조산사님의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준비해주신 미역국도 먹었습니다. 딸아이도 먹고 싶다고 하여 같이 나눠먹었습니다.^^

 

힘주기 할때는 그렇게 졸리더니 막상 아기를 낳고 나니 잠이 안옵니다. 1시간정도 눈을 붙였나...누워있을때는 회음부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누워서 물을 엄청많이 마셨는데도 화장실 생각이 없어서 마냥 누워있었습니다. 오전9-10시 사이에 화장실을 갔는데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가는데 회음부가 부은것 같고, 아래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납니다. 회음부 절개때처럼 따끔거림이나 화끈거림은 없지만 약간의 불편감은 있습니다. (전 절개 안하면 이런 불편감도 없는줄 알았거든요.) 화장실 갔더니 소변을 엄청 합니다. 방광에 느낌이 없다고 마냥 누워있을게 아니더군요...ㅎㅎ

 

오전에 정원장님 오셔서 초음파로 확인해주시며 격려해주십니다. 원장님께서 잘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우리딸 "우리 엄마 박수~~~"이러면서 박수 쳐줍니다. ^^ 그냥 확인만 하고 가시지 않으시고 꼭 산모의 느낌을 들으십니다. 자연출산후 어땠는지, 첫째때와는 어떻게 다른지...아빠의 생각은 어떤지...등  이런 나눔이 참 정겹고 좋습니다.

첫째때와의 다른점을 한마디로 하자면 첫째때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고 둘째는 제 정신으로 낳았습니다. 그리고 촉진제 진통과 자연진통...너무나 달랐습니다. 자연진통은 금방 잊고 둘째, 셋째 낳을수 있을만한 정도입니다. 견딜만한 진통이었습니다. 남편이 바라본 아내의 모습도 달랐답니다. 훨씬 평온한 상태...

 

아직도 아이가 태어나던 "미끄덩~~쑥~~" 이 순간의 느낌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터져나오던 감격의 외침과 벅차오름을...

아마 메디에서 둘째를 낳지 않았다면 여전히 출산과 진통은 제게 고통이었고 힘든 기억이었을 것입니다. 먼저는 제가 치유되었고 , 그리고 가족이 더 하나가 되는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외롭고 힘들지만 소명을 가지고 소신있게 이 길을 걸어가는 메디플라워와 정원장님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작성자 jas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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