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출산후기

어니의 내맘대로 세상구경

조산사 2012. 6. 27. 14:05

아기태명 :어니 (골프선수 어니 엘스처럼 되라는 아빠의 소망)

예정일 : 2012년 2월 18일

출산일 : 2012년 1월 30일 새벽 1시 57분

성별/몸무게: 남아/3.66kg

출산 방법 : 자연 출산/수중출산

 

 

<Intro>

어니를 얻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3개월 전 유산을 하였던지라 다시 임신이 되었을 때는 정말인가 하는 생각에 일부러 산부인과도 늦게 가고 임신초기의 불안함이 사그러들 무렵 이제 본격적인 출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엄마/아빠가 다 나이가 많아서 (30대 후반/40대 초반) 모든 사람들은 다 대학병원에서 낳을 것을 권유하였고 직장이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들 생각하였고 심지어 제왕절개를 하라는 주위의 권유도 많았다. (참고로 본인은 대학병원 의사입니다)

시어머니는 첫아이를 병원에서 3일간 산통을 겪고 forcep delivery 하였고 위의 형님도 자연분만하고 출혈이 많아서 큰병원으로 옮겨 중환자실에서 며칠 있었다며 시어머니는 무조건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낳으라고 하셨지만 ....

 

내생각은 달랐다

학생시절 분만실 실습할때 보던 장면들, 산모들이 전혀 배려 받지 못하고 힘못준다고 혼다던 기억들...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던데 왜 우리나라는 전혀 변화가 없는걸까 하는 의문에...

인터넷 검색중 (자연분만 키워드) 발견하게 된 보석같은 메디플라워

내가 원하는 그런 출산법에 수중분만까지 정말 무엇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어 보였다

너무나 바쁜 스케줄로 우선 다니는 직장에서 prenatal care 받기 시작했지만 꼭 출산은 메디플라워에서 하겠다고 결심하고

카페에 가입, 출산기를 다 읽어가며 정원장님 만나러 언제 가나 고민을 시작

이렇게 메디와의 인연이 시작(나혼자만의 인연 ^^) 되었다

 

중간에 자궁근종으로 인해 통증 및 가진통이 있어서 분만실에 잠시 있게 되었다. 임신 중기였는데 수액 맞고 태동 검사기 두르고...3시간정도 쉬는 동안 내 옆 침대에선 산모가 진통을 겪고 있었다.

좁은 침대에 태동검사기를 두른채 힘겹게 진통하는 산모옆에는 남편과 친정엄마로 추측되는 보호자가 있었으나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침대만 지키고 있었다.

드디어 분만이 임박했는지 전공의들이 오고 간호사들이 오고 "힘주세요" 를 몇번 하더니 "이렇게 힘을 못주시면 애기 안나와요"

등 산모가 혼나기 시작했다. 그후 진행이 안된다면서 산모는 계속 혼나고..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서 지나가던 나는 똑바로 누워서 애쓰고 있는 산모가 너무나 불쌍해 보여 전공의에게 환자 좀 일으켜 앉혀주라고 그래서 어디 힘 주겠냐고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고

그후 산모는 분만실로 가기는 했지만 다시한번 현대 의학의 자연출산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다시 한번 다가온 날이었다.

 

<만남>

12월 1일 처음 메디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날도 갑자기 응급 스케쥴이 잡혀 못가게 될 뻔 하였으나 겨우 겨우 외래 마감 직전에 도착...차가 막힐까봐 지하철로 이동하느라 교대역 계단을 오르면서 체력의 저하를 절감 ㅠㅠ 이래서 자연출산 하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정원장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정원장님은 나의 의심을 모두 날려보내 주셨고 교육의 힘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자연출산에 대한 책도 권유해 주셔서 나의 왼쪽뇌를 자극해 주셨다 (이미 메리 몽간의 히프노버딩을 원서로 읽고 예습하고 갔던지라 ^^)

자연출산에 대한 확신과 믿음으로 이루어 놓은 메디플라워 출산센터도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시간이 없는 나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고 피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남편을 위해 꼭 교육을 들으라고 충고해 주셨다.

 

애기가 나오기전 시댁으로 이사도 해야했고 그와중에 시아버님이 담도암을 진단받고 투병에 들어가시게 되어 자탄교육은 정원장님의 2강 하루만 들을 수 있었지만 남편이 그후에 정말 많이 변하였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등 책을 통해 공부하고 주신 자료집도 열심히 보더니 호흡을 이렇게 하는 거라면서 나를 교육하려 들기 시작하였다

 

<Nesting>

임신 35주에 시댁으로 이사를 감행하고 36주에 설을 맞아 나름 전도 부치고 애기방 꾸미기에 돌입했다.

설연휴를 빌어 남편과 애기방 도배도 하고 정말 바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마지막 자탄 강의가 있던 토요일 28일...

오전에 출근했다가 점심도 못 먹고 들어와서 아무것도 못 드시고 계시는 시아버지 영양제 놔드리고 점심을 대강 먹고 잠시 쉬려다가 네스팅 모드 온이 되어버렸다.

새로 산 세탁기도 들어오고 애기 장도 들어오고 해서 미루어 두었던 애기 출산용품 및 선물들어온 옷들을 빨기 시작해서 하루종일 청소하고 빨래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남편에게는 빨래만 다 하면 이제 애기가 나와도 된다며 준비가 다 되었다고 혼자 좋아하면서 시부모님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왠지 꼭 오늘 다 해 놓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뭔가 예지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자탄강의는 못가게 되었고 다음주 월요일 마지막 초음파 하고  출산 리허설 가야지 하고 계획을 하면서 교육 못간 것을 위로..

밤 11시 하루 종일 빨아놓은 빨래를 다 정리하고 이제까지 못 싸놓았던 출산가방도 싸고 흡족한 마음에 잠이 들었다.

 

<어니 맘대로>

워낙에 자궁근종이 있어 가진통이 잦았던지라 토요일 밤에도 1시간 반마다 통증으로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기를 몇번

새벽 5시 반 화장실을 갔다가 오는데 뭔가 주루룩 흐르는 느낌이 나면서 방바닥에 핑크빛 액체가 왈칵 쏟아졌다

아 시작이구나....

우선 정리를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고양이 자세를 하고서 양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 잠을 청해보았다.

7시 가진통처럼 진통이 느껴져 다시 깨었고 패드 하나가 다 젖어서 바꾸고 남편을 깨웠다. 어니가 나올 것 같아 .... 진통은 6-10분간격으로 왔다 갔다 생리통정도로 가진통처럼 왔다

남편은 "진짜? ..." 잠이 덜 깨었다가 " 응, 양수 터졌어" 하니 벌떡 일어나 앉는다.

때마침 차가 고장나서 전날 맡겨놓은 상태라 차를 렌트하기로 하고 마지막 빨래를 하고 시부모님 걱정할 까봐 말씀 안드리고 차가 필요해서 빌리러 간다고 하면서 오전에 메디플라워에 다녀왔다.

9시쯤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니 잠시 와서 검사하고 가라고해서 남편은 나를 메디에 내려주고 차빌리러 갔다가 검사 끝나고 데리러 왔다.

운좋게 정원장님 당직날 최고의 조산사 방우리 조산사가 일하고 있는 날 양수가 터져 주었다 ^^

우선 집에가서 더 진통하고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는 듯 마지막 빨래 정리하고 출산가방 확인하고 남편을 재웠다.

진통은 5분 간격으로 왔다가 다시 10분 간격으로 되었다가 ...

내일이나 되서 나올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오후 5시에 좋아하는 곱창을 먹어 보겠노라며 봉천동까지 갔으나 뜨악...곱창이 떨어져서 대창밖에 없다는 ㅠㅠ

눈물을 머금고 대창 1인분만 급하게 먹고 다시 집에 왔다. 곱창집에서도 양수가 한번 왈칵 쏟아져 집에와서 옷 다 갈아입고 잠을 청해보기로 했다.

8시 부턴가 5분간격으로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기시작했고 혼자 호흡하면서 침대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너무 졸렸기 때문에...

시부모님 몰래가서 애기 낳고 오기로 남편과 짰기 때문에 (대학병원 안간다고 혼날까봐 ^^) 계속 버티고 있는데 시어머님이 안 주무시고 계속 TV 시청 ... 개그콘서트가 끝나갈때 까지 기다리다가 더이상은 안될것 같아 방우리 조산사에게 전화하고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고 시어머님에게 애기 낳으러 간다고 하니 시어머님은 너무 황당해 하시면서 애기 나올라면 아직 멀었다고 (내가 괜찮아 보이셨나보다) 하시면서 어이없어 하셨다.

10시 반쯤 병원 도착 이때부턴 진통이 오면 걷기 힘들정도가 되었지만 내진을 해보니 3cm... 이건 뭥미?

변의가 계속 있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 왔다 갔다 하면서 진통오면 벽 붙잡고 버티다가 호흡이 전혀 안되는 것을 느꼈는지

방우리 조산사가 들어와서 짐볼에도 앉혀주고 호흠 같이 해주고 하면서 좀 편해 졌다.

이후 너무 졸려서 침대에 누워서 진통을 하는데 아 이젠 정말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지는데.... 남편에게 사람 불러 달라고 애원, 내진해보니 8cm 애가 곧 나올 거란다.

물에 들어가면 안되냐고 수중분만 하겠다고 하니 물받기 전에 애기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물받기 시작

정원장님 나타나시고 정말 나오는 구나 실감하면서 ㅋㅋ

물에 들어가기 전까지 힘들어가는 것을 참아가며 물에 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진통을 지나갔다.

물 준비 다되었다고 하는 소리가 얼마나 좋던지

물에 입수.... 정말 살 것 같았다...한 5분정도

이후 어니가 나오겠다고 작정하고 힘들어 가기 시작해서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 걸림돌.... 변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나 보다.. 방우리 조산사가 변이 아니라 애기가 나오는 거예요 하는 한마디에 힘이 완전히 잘 들어가면서 정말 대변볼때 힘주듯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애기 머리 보이기 시작 했다면서 머리 만져 보라고 해서 만져보니 정말 보슬 보슬 머리털 느낌이 났다

그때 든 생각... 아 힘 빨리 줘서 머리모양 안 찌그러지게 해줘야지 ...하면서 다시 몸의 모든 힘을 다리에 실어 끙~ (산전에 다리 힘 꼭 키워야 됨 ㅠㅠ)...황홀한 출산에 나오는 그런 느낌은 아니고 클리토리스 있는 부위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하하 하 호흡하세요 하면서 애기 머리 다 나왔어요 하면서 뭔가 미끄덩 빠지는 느낌..애기 받으세요 라는 소리에 물에서 건진 어니... 

절대 출산 같이 못 본다던 우리 남편 끝까지 물 뿌려주며 손 잡아주고 옆을 지켰다... 대단한 발전이다 기절할거라더니만 애기 보느라 다른것은 안보이나 보다.

그래도 탯줄은 못자르겠다고 해서 내가 잘랐다. 직업병이라고나 할까.

 

잠시 호흡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곧 잘 울어주고 엄마 품에 꼭 안겨서 꼬물락 거려준 어니

아빠한테도 안겼다가 체중을 재니 3.66kg  예정일 까지 기다렸다가는 큰일 날까봐 엄마를 위해 미리 나와주셨나 보다.

회음부는 1cm 피부만 조금 찢어지고 아무 느낌도 없어서 애기 낳고 바로 앉아서 미역국 한 사발 다 마셔버렸다. ^^

 

병원 온지 3시간 반만에 애기들 낳았다고 집에 전화드리니 시어르신들은 말도 안된다고 하시고 ...

우리 남편 애기 낳는게 이렇게 쉬우면 10은 낳겠다나...

 

초유도 잘 빨아주고 잘 자주고 너무나 귀여운 우리 아들, 아빠를 빼다 박아서 너무 신기한 우리 남편

새벽 6시에 화장실 가는데 남편이 너무 곤히 자고 있어 혼자 화장실 갔다가 패드랑 속옷이랑 다 젖어서 샤워한번 해주시고 어지러워서 잠시 고생했지만 아침먹고 나니 말짱해졌다.

월요일 오후 3시에 퇴원해서 집으로 왔다

시부모님이 병환중이시라 애기보는 기쁨이라도 있으셔야 할 것 같아서...

너무 에너지가 넘쳐 시어머니는 애난 사람 같지 않다고 하시면서 산후풍 조심하라고 매일 같이 옷입으라고 난리시지만 너무나 더운게 힘든 나는 오늘도 긴팔 티하나로 버티고 있다.

어제 하루종일 젖이 너무 많이 불어서 짜느라고 힘들었지만 오늘부턴 또 양 조절 잘 되어서 살만하다

이게 자연 출산의 힘인가 보다

 

다시한번 정환욱 원장님께 감사드리고 방우리 조산사님께 인사못 하고 와서 죄송하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런 시스템과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퍼져서 모든 산모들이 제가 경험한 이런 출산을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기나긴 출산기 이제 마침니다.

 

 

작성자 Erniemom